그림 속에서 나를 만나다
나는 그림을 본다. 알고 볼 때도 있고 그냥 보면서 느낄 때도 있다. 최근에 카톡 게임인 ‘내가 그린 기린 그림’에 빠져서 남의 그림 맞추기를 하고 있다. 정작 나는 그리지 않고. 아이들 치료 중에 미술치료가 있다. 아이의 그림을 보면서 자라온 배경이나 성격을 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도 그림을 그리려고 했으나 이미 답을 알기에 그림을 그릴 수가 없었다. 그림은 될수록 큼직하게 그려야 하고 손가락은 꼭 그려야 하고 가족을 그릴 때는 크기도 같게 그려야 하고 등. 프롤로그 미술은 자신을 발산할 기회를 제공한다. 말이나 글로 하지 못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지금까지 상실, 왜곡, 방어, 억제되어 있던 상황을 드러낸다. (중략) 화가들에게 그림은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표출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나’에 대해서 한껏 고민하고 표현하려고 했던 전쟁터이기도 하다. 방어기제, 트라우마, 불안 우울, 만족 행복, 자기애, 세월의 변화, 완벽주의까지 7가지의 주제와 셀프 미술치료로 힐링 갤러리로 초대한다. 20년간 임상미술전문가로 살아온 작가가 치유에 효과적이었던 80여 점의 유명한 자화상들을 소개한다. ‘유난히 눈길이 가는 그림이 있다면 당신이 그 그림과 닮았기 때문이다’ 화가들은 그림을 통해 당당한 모습을 표현하는 동시에 허세라는 방어기제를 드러낸다. 신체의 일부로 혹은 배경으로 자신을 가리기도 하고 타인의 평가에 민감해서 더 화려하게 보이게 그리기도 하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철저하게 찾아내고 탐구하는 과정을 자화상으로 드러내기도 하고 자신의 상징적인 자화상을 남기는 일에 좀 더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우리가 아무리 많은 사진을 찍어도 가장 잘 찍힌 한 장만을 고르고 골라서 남기는 것처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 일컫는 트라우마. 그림으로 자신의 트라우마를 표현해냄으로써 갈등을 해소한다면 화가는 치유될 수 있어서 좋고, 그 그림을 보는 우리도 함께 치유할 수 있어서 좋다. 어떤 감정이든 그림을 보면서 감정을 느낀다면 그 화가와 자신이 닮아있다는 것이다. 대인 관계에 어려움이 있어 얼굴을 그리지 않거나 광선에 의한 역광 효과로 인물의 두려움에 가득한 표정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마음이 복잡할수록 그림을 더 단순하게 그리기도 한다. 자기개념들간의 내적 갈등에 의해 유발되는 대표적 부정적 정서인 불안과 우울은 정상적인 감정적 반응이지만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부적절하게 유도되거나 과도한 양상을 나타내면 부적응적인 증상으로 간주된다. 아물지 않고 남아있는 몸과 마음의 상처들이 그림에 표출되기도 하고, 고통을 미술로 치유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여성 최초로 일본 도쿄의 여자미술대학교에서 유화를 공부하고 조선미술전람회에 꾸준히 출품하고 인생의 전환점이 된 남편과의 파리 여행으로 서구문화에 심취하며 재능을 가졌지만 자신의 상황을 주도하지 못하고 환경에 휩쓸리다 결국 쓸쓸하게 세상을 떠난 신여성 나혜석이 눈에 밟힌다. (염상섭의 ‘해바라기’는 그녀가 모델이라고 한다) 자신의 고통을 그리는 화가들과 달리 그림을 통해 자신의 행복과 만족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도 한다. 꽃보다 예쁘게 그리기도 하고 뭔가를 콱 움켜쥐기도 한다. 아픈 아내의 미안함과 고마운 표정을 그린 말레는 하루의 일을 끝마치고 기도하는 ‘만종’의 바구니에 또 다른 많은 뜻을 담았다. 일용할 양식인 씨감자는 굶어 죽은 아기를 연상시키며 죽은 아내의 존재를 드러내면서 그녀를 향한 밀레의 마음을 담고 있다. 미술치료는 타인의 칭찬과 주목을 바라는 나르시시스트가 건강한 자기애를 형성하도록 치료하기도 하고 자아를 건강히 재통합하게 하는 ‘변형적 내면화’과정이라고 한다. 허세라는 방어기제와 좀 겹치기도 하는데 허영과 자만심이 가득 찬 그림으로 극도의 나르시시즘을 표현하기도 하고 여자를 거대한 살덩이로 그려 외모중심사회를 조롱하기도 한다. 자신을 잃어버려 쓸쓸히 세상을 떠난 나혜석과 달리 자신을 잃지않고 자신의 직업을 즐기고 당당하게 산 렘피카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미술치료 전문가가 안내하는 자화상으로 내 마음 치유하기
마음 속 상처는 특정 이미지나 예술작품 앞에서 위로를 받고, 문제가 해결되기도 한다. 이를 활용한 심리치유법이 ‘미술치료’이다. 말로 하는 치유에 비해, 미술치료는 받아들이는 사람이 편견이 적다는 점에서 최근 심리치유분야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림 속에서 나를 만나다 는 20년 간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저자가 미술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프리다 칼로, 뭉크, 다빈치 등의 80명의 자화상을 엄선, 이를 통해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심리서이다. 유명한 자화상을 심리치료의 관점에서 읽는 것은 물론 실제 행해진 미술치료의 사례가 수록되어 있어, 나를 찾는 이 여행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준다. 말로 이루어지는 피상적인 위로에 지친 이들라면, 이 책을 통해 직관적이고 실질적인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유난히 눈길이 가는 그림이 있다면 그 그림이 자신에게 좋은 감정을 주든, 불쾌한 감정을 주든 상관없이, 당신이 그 그림과 닮아있다는 의미이다. 당신이 눈을 떼지 못한 그림은 무엇인가? 이제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힐링 갤러리 속으로 들어가보자.
1. 무엇이 내 마음을 가리고 있을까_방어기제
누구도 나를 알지 못하게_앤디 워홀
아무리 화려하게 꾸며도 허전할 때_공주의 초상화
내 옆에 다른 사람을 그리는 이유_폴 고갱
투사를 넘어 동일시로_산치오 라파엘로
귀족처럼 보이나요?_페테르 파울 루벤스
우리는 여러 개의 페르소나 사이에서 고민한다_요하네스 검프
뮤즈를 찾아서_얀 페르메이르
사랑하면 닮는다더니_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방어기제의 최고, 유머_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
현실을 이겨내는 달콤한 착각_막스 에른스트
셀프 미술치료
2. 나의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것들_트라우마
얼굴을 자세히 그리기 힘들다면- 르네 마그리트
눈에 비친 아버지의 그림자- 피에르 보나르
내가 속한 곳이 나를 거부할 때-후지타 쓰구하루
어디로부터 숨고 싶었을까- 에드바르 뭉크
프로이트와 융은 왜 그를 주목했나- 레오나르도 다빈치
마음이 복잡하면 그림은 단순하다_장 미셸 바스키아
왜 미술이 치유가 될 수 있는가- 빈센트 반 고흐
셀프 미술치료
3. 불안함에 휩쓸리거나 이겨내거나_우울
캔버스에 나타나는 몸의 이상신호- 에곤 실레
자신을 아름답게 그리지 않는 사람- 에두아르 마네
내면의 우울이 공격성으로 표출될 때- 아돌프 히틀러
남자도, 여자도 아닌 모습- 나혜석
미술치료 1순위 그림- 프리다 칼로
기쁘지 않은 사랑 이야기- 에드워드 번 존스
4. 아무리 감춰도 감출 수 없는 감정들_기쁨
꽃보다 예쁜 나_베르트 모리조
행복은 전염된다_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사랑의 다른 이름, 희생_장 프랑수아 밀레
기회가 손에 들어오면 꽉 쥐어라_칼 라르손
자부심은 무엇으로 표현되는가_나탈리아 곤차로바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 페르난도 보테로
5. 나는 나를 사랑하는가_자기애
보여주고 싶어, 한 올도 남김없이- 알프레히트 뒤러
당신의 명함에는 무엇이 적혀 있습니까- 앙리 루소
외모 중심 사회에 던지는 조롱- 제니 사빌
나는 특별한 존재, 고급차와 같은 존재- 타마라 드 렘피카
눈은 당신의 자존심이다- 카를 슈미트 로틀루프
이렇게 잘난 내가 왜 운이 없을까- 구스타브 쿠르베
어쩌면 나는 태양인지도 몰라- 프란티셰크 쿠프카
6. 세월이 흐를수록 직면하는 문제들_세월의 변화
죽음을 당당하게 응시할 수 있을까- 파블로 피카소
캔버스에 남긴 100개의 일기- 렘브란트 하르머스 판 레인
괴짜의 진화과정- 살바도르 달리
‘엄마’와 ‘어머니’의 차이- 엘리자베트-루이즈 비제 르브룅
7.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 얼마나 높은가_완벽주의
꼿꼿함 뒤의 불안- 페르디낭 빅토르 외젠 들라크루아
완벽주의자이기에 가능한 것들-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나 잘하는 것 맞죠, 맞죠, 맞죠- 잔 로렌초 베르니니